<출처 #제천인터넷뉴스 #최태식 기자, 제천유일 #분만의료기관 #연세미즈산부인과 김병욱 원장 #인터뷰- #원정출산 없는 제천위해> 3월 20일
분만 가능 산부인과가 급격히 줄면서 '임신부'들이 떠돌고 있다. 전국 분만실이 5년 새 20% 정도 급감하면서, 단순히 불편 차원이 아니라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에 대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분만 인프라가 붕괴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저출산으로 ‘수요’ 자체가 줄었다. 지난해 전국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제천시 출산율 역시 0.83명으로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1명’ 선이 무너졌다.
의료계에서는 산부인과가 기피 과목이 되면서 분만 의사도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고 한다. 분만의 특성상 의료진이 24시간 항시 대기해야 하며, 의료소송의 위험성이 큰 탓이다.
제천지역 역시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기존 2곳에서 1곳으로 줄었다. 분만을 해왔던 한 의원이 올해부터 분만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 때 6곳에 달하던 분만 산부인과가 모두 문을 닫는 상황에서 어렵게 분만을 이어가는 제천 #연세미즈산부인과 김병욱 원장을 만났다.
개원 19년이라는 시간이 빛과 같이 지나갔다는 김병욱 원장. 그에게 지난 시간은 새 생명을 이어주는 산부인과 전문의 역할로 행복했던 순간의 연속이기도 했다.
▲제천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만 의료기관인데 어떤 심정으로 진료에 임하는지?
건강하게 분만해 새 생명의 탄생을 이끌고 지켜보는 일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가장 큰 보람이다. 탄생의 산실인 분만·수술실 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 지키는 중인데 어찌하다 보니 혼자 남게 되었다.
▲24시간 운영 체제가 쉽지만은 않을 텐데?
한마디로 하루 24시간 내내 근무하는 격이다. 분만 산부인과 특성상 휴가는 고사하고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조차 나갈 수가 없다. 심지어 아플 수도 없다. 혼자 진료하다보니 연속성이 있는 건 장점이지만 혼자하다 보니 고된 것은 사실이다.
현재 의료인력 등 총 18명이 근무한다. 특히 야간 근무 인력은 10년 이상의 경력 간호사를 집중 배치하고 있다.
분만실을 운영하며 산모의 출산을 돕고, 신생아를 돌보는 데에 인력과 시설 등의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운영이 녹록치는 않다. 때론 분만을 포기하고 외래환자만 받을 생각도 했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분만 산모들은 대부분 제천시민인가?
아니다. 단양군을 비롯해 영월, 사북, 심지어 영주시에서 오는 산모도 있다. 모두 분만 취약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지방의 분만 인프라가 붕괴 위기에 놓인 것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신규 산부인과 개원은 극히 드물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를 받지 못해 산부인과 응급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 인구 19만 명 경기도 안성시의 분만 산부인과도 최근 문을 닫았을 정도다.
▲운영의 어려운 점은?
분만 산부인과는 응급상황에 대처가 미흡하면 산모와 아기 등 두 명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다. 그만큼 긴장의 연속이다.
하지만 인력과 시설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나 건강보험의 수가는 극히 낮아 손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마당에 정부가 지난 1월 필수의료 지원대책 10대 주요 과제를 발표했지만 분만산부인과에 구체적인 지원 대책은 빠졌다. 또 정부의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도 산부인과 폐업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보다 구체화된 지원책이 요구된다.
의료사고의 위험도 늘 상존한다. 우리 병원은 아직 사례가 없긴 하지만 분만 의사에게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삐끗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외줄 타기 격이다. 그럴 확률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는 분석과 노력을 하고 있다.
▲제천시 지원에는 만족하는가?
우선 지역 내 분만 병원의 존재에 대한 홍보를 당부한다. 시설 규모와 의료인력에 대한 정보, 의료 경력 등이다. 제천시의 인구 유인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구체적이고 촘촘한 운영상 지원도 필요하다. 가령 제천시 산모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분만실 보조금이다. 병원 자체 예산으로는 무리가 따르는 장비나 병원 내부 시설 지원에도 관심을 바란다. 특히 인력 수급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연세미즈만의 장점을 꼽는다면?
각 병실마다 개인좌욕기 설비 등 고급·첨단화 시설 구비로 대도시 분만병원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또 분만의 전 과정을 아빠가 함께 진행하는 가족분만을 비롯해 24시간 응급분만, 무통분만, 제왕절개, 자연분만 등의 다양한 분만법을 시행하고 있다. 산생아실도 24시간 개방 중이다.
출산 자체는 즐겁고 기쁜 일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출산 과정에서 쌓인 피로가 싹 사라진다. 30년 전문의 경력 중 제천에서만 19년이다. 많은 노력을 해왔다. 앞으로도 안전한 출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터뷰 후기
제천시는 2025년 개원을 목표로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에 나섰다. 사업비 56억원이 투입된다.
시는 출산가정에 지원금도 지급한다. 작년 한 해 22억9천만원을 지급했다. 사업비에 비해 출산율 상승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논란이 되는 사업이지만 계속 유지 중이다.
시는 두 개 사업의 목적으로 ‘출산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원정 출산 없이 안전한 분만에 이르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제천시의 사업은 빛을 잃게 된다. 지역 유일의 분만 산부인과를 지켜내야 할 이유다.